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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동 놀이터 이야기

  • DK
  • May 1, 2016
  • 1 min read

저는 미도아파트에 살았고, 단대부중-단대부고를 다녔어요. 등하교길에 항상 청실아파트 단지를 통과해 다녔습니다. 어느날 등교길에 마주친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됐는데, 그 여학생이 나보다 한살 위고, 경기여고에 다니며, 청실아파트 19동에 산다는 걸 알게 됐어요. 하루는 아침 일찍 나가서 19동 놀이터에서 기다렸습니다. 그 누나가 몇 호에 사는지 알아내기 위해서. 복도형 아파트라서 현관문 열리는 것을 놀이터에서 다 볼 수 있었거든요. 이집 저집의 현관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30분 정도 기다렸을까? 1층 맨 왼쪽 집의 한쪽 방 창문 불이 꺼지더니 현관문이 열렸어요. 그리고 그 누나가 나왔죠. 101호. 놀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. 놀이터의 바이킹 같은 철제 그네 바로 앞에 그 누나의 방 창문이 있었어요.

그 이후, 내가 고 3때 그 누나가 이사갈 때까지, 그곳 청실아파트 19동 놀이터는 저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어요. 학교를 안 가는 날은 있어도 놀이터에 들르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. 가서는 그 누나의 방 창문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, 철제 그네에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…

봄에는 벚꽃과 목련이 참 예쁘게 피었어요. 원래 청실아파트 단지 전체가 다 그렇긴 한데, 전 19동 놀이터의 벚꽃과 목련이 제일 좋았어요.
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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